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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2 아네모네

 

 

 

아네모네

성동혁

 

평점 ★★★☆☆

취향도 ♡♡♡

 

 

 

책 정보

 

『6』의 시인 성동혁, 5년 만의 신작시집. 투명한 서정의 시인 성동혁이 불투명한 여러 색을 거느린 회의와 성찰의 시인으로 우리 앞에 왔다. 어린 사도라 불리던 그가 사랑으로, 숭고한 믿음으로 모든 것을 감싸던 순정한 모습에서 벗어나, 어둡고 혼란스런 세상에서 숱한 인간적인 문제들을 겪으며, 타인의 민낯만이 아니라 스스로의 민낯까지 가없이 들여다본다. 그리고 그것들을 시로 써낸다. 더 이상 투명하지 않은 검정색으로.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일러두기

한 편의 시가 다음 편으로 이어질 때 연이 나뉘면 여섯 번째 행에서,
연이 나뉘지 않으면 첫 번째 행에서 시작된다.

p.4

 

이렇게 확실히 연을 구분 지어 주는 행위가 마음에 들었다. 문학과지성사 시집이나 민음사 시집은 이렇게 연을 구분해주지 않아 페이지가 넘어갈 때 연이 나뉘는 건지, 혹은 이어지는 건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서 필사할 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이전 시집인 『6』을 굉장히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성동혁 시인을 매우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 시집도 굉장히 많은 기대를 했으나… 『6』만큼 좋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쇠락하는 파도 바깥에서 네가 나오길 기다렸네
겨울 바다로 뛰어든 네가 나오길 기다렸네
참담한 행렬의 도입부로 꾸역꾸역 들어가는 너를 기다렸네
겨우 촛대를 잠재우는 입술은
다행히 너까지 꺼뜨릴 순 없는 것이구나

「테트라포드」 p.37

 

성동혁 시인이 '너'에 대해 말하는 순간들을 좋아한다.

 


너 없는 정원은 허물어졌으면 좋겠어
카나리아는 그림자 없이도
벤치를 떠나고

「촛농」 『6』에서 발췌

 

 

 

당신 둘러업고 뛰던 얼굴 내가 아니면 어떡하지

나 둘러업고 뛰던 얼굴 당신 아니면 어떡하지

「멍」 p.70~71

 

 

 

천사는 지옥에 가다가
숨이 차서 돌아온
악마

난 네게 다시는 돌아오지 말란 말을 전하기 위해
또다시 양을 죽였다 답장 대신 한 걸음 더 디뎌라
양피지에 쓰고 있다
벗이여 이곳엔 돌아온 이들이 너무 많다
더 두려운 건
내가 어디를 가다가 멈추었는지 혹은
돌아오는 중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난 나의 걸음마가 기억나지 않는다.

p.92

 

이 시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제목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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